“디지털 분야 강력한 성장성 가진 중형주가 뜬다” 파트너스그룹 CEO

입력 2024-02-23 10:35   수정 2024-02-27 09:33

이 기사는 02월 23일 10: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금리 안정화 기대 속에 사모시장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 겁니다. 특히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규모를 키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사모시장 내 미드캡(mid-cap·중형주)과 비즈니스 전환에 강력한 효과를 주는 디지털화와 자동화 테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주크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 파트너스그룹의 데이비드 레이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올해 기업들에 대한 사모대출이 지속적인 매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변곡점에서 특히 매력적인 기회를 창출하는 세컨더리 전략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군 중에서는 인프라 자산 투자로 꾸준한 현금흐름과 과감한 플랫폼 확장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노려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가 쏠린 사모대출과 세컨더리 투자에는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을 자제하고 우량 자산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파트너스그룹은 2023년 12월말 기준 1,47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유럽에 상장된 사모펀드 운용사 중 최대 규모다. 세계 주요국에 20개 오피스를 운영 중이며, 한국에는 2010년 서울 오피스를 열고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등 35개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약 51억달러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창업가 마인드를 강조하며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 확장을 강조한다. 콜로라도주에 있는 미국 지역 본사는 '여기는 월스트리트가 아니다(This is not Wall Street)'라는 문구를 벽에 걸고, '딜(deal)' 이란 단어 사용을 금지한다. 사고파는 행위 자체보다 기업의 산업, 비즈니스 측면을 중시하라는 뜻이다.

2021년 단독 대표이사가 된 레이튼 대표는 매년 한국을 방문해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투자전략과 시장 전망을 논의한다. 최근 방한한 레이튼 대표로부터 글로벌 사모시장의 변화와 예상되는 리스크, 주목하는 전략과 섹터 등에 대해 들었다.

▶올해 사모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변화는 무엇인가.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세컨더리 전략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투자금 회수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특히 위험성 대비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비즈니스 혁신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중소 규모의 미드캡 기업에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적으로는 지난 2년간 투자 활동이 40~65% 정도 감소했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기존에 투자했던 방식과 자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과 타겟을 찾고 있다.

이전에는 저금리를 활용해 부동산이나 레버리지 바이아웃 (차입매수·LBO) 투자에 더 집중한 반면 지금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세컨더리 전략이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사모대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올해 글로벌 사모시장 활동은 어떻게 예상하는지.

자금 조달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안정화를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은 테일 리스크(tail risk·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발생하면 자산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위험성) 시나리오가 사라졌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향후 12~24개월간 상당히 탄탄한 투자 활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투자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리스크는.

고금리 기조에서 투자자들이 사모대출시장으로 몰리면서 시장 경쟁이 훨씬 치열해진 면이 있다. 또한 채권자에 대한 보호조항이 느슨한 코버넌트 라이트 론(Covenant-lite loan)이 증가하면서 사모대출 투자자들은 예전보다 불리한 조건에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레버리지 바이아웃 투자자들은 대출비용 증가로 수익률 하락 가능성에 직면했다. 따라서 대출조건이 좀 더 엄격하고 대주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강한 미드캡 시장과, 투자 전반에 걸쳐 레버리지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형태를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빠른 회수를 노리는 세컨더리 전략은 시장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거래량이 많은 만큼 매물 역시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글로벌 세컨더리 시장 거래가 2022년에 비해 15~20% 증가했는데, 자산을 빨리 매도하려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단순히 할인율만으로 투자건을 선별하기 보다는 우량자산을 선별하는 안목이 특히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향후 수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부동산 역시 성공적인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자산 유형과 자본 구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부동산은 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파트너스그룹 미국 지역 본사


▶유망하게 보는 자산군과 전략은 무엇이며, 파트너스그룹은 이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대체자산 가운데 인프라가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고, 향후 몇 년간 이러한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 우리 회사의 포트폴리오에서 2023년말까지 5년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인프라가 19%로 가장 높았고, 사모주식은 13%, 사모채권은 11%, 부동산은 4%를 기록했다.

인프라는 운용 중인 자산에서 나오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하되 적극적인 플랫폼 확장 및 경영 혁신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종합운용사의 장점을 발휘해 사모주식투자 전문성을 인프라 투자에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우리가 타사를 인수하면서 성장한 것이 아닌 자생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략으로는 실물자산을 리모델링하거나 증축해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에 주목한다. 예전엔 코어(core) 전략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이에 투자했지만 이젠 그 이론이 현실에서는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매각 기회가 줄어 수많은 코어 자산 투자자들의 자본이 묶인 상태다.

섹터로는 디지털화·자동화를 꼽고 싶다. 뉴 리빙(new living), 탈탄소화·지속 가능성과 함께 우리의 3대 투자 테마이기도 하다. 또한 비즈니스 혁신이 빠르고 신규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높으며 마켓 리더가 될 수 있는 미드캡을 유망하게 본다.

▶디지털화·자동화 섹터에서 성공한 투자 사례가 있나.

2022년 말 북미에서 안전 장비를 제조하는 중견기업 슈어웍스(Surewerx)를 인수했다. 좋은 제품군을 보유했지만 시스템 및 기술 투자가 미흡한 회사였다. 고객 주문도 대부분 전화로 받고 있었다. 인수 직후 데이터, 분석 및 기술 역량을 구축하고 고객과의 연결을 디지털화해 주문 과정을 자동화하고 부수적인 비용을 절감했다. 납품처 확대와 영업인력 전문화를 지원했고, 우리의 포트폴리오 자회사 중 다른 곳에서 효과를 본 영업 기법을 도입해 실적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컨베이어 벨트 제조사인 애머럴 벨텍(Ammeraal Beltech)과 이탈리아 경쟁업체 메가디너(Megadyne)를 인수해 하나의 회사로 통합한 사례도 있다. 산업용 컨베이어 벨트는 마모가 빨라 2년 주기로 교체하기에 수요가 높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자동화에 투자해 가치 창출과 높은 성장률을 확보했고, 두 기업의 강점을 결합해 유럽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대했다. 이렇게 동종업계의 작은 경쟁자들을 인수함으로써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롤업(roll up) 전략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업계 영향력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선순위인가.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를 자산운용사라기 보다는 여러 산업군에 걸친 대기업에 가깝다고 정의한다. 우리가 투자해 주요 지분을 가진 기업이 약 60개로 기업 가치를 합하면 약 1,000억달러다. 각 기업이 잠재력을 발휘해 경쟁에서 전략적으로 더 나은 포지셔닝을 하는 데 주력한다. 이 점에서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투자사들과는 다르다고 본다.

미국 지역 본사에서는 '딜' 이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할 정도다. 우리가 인수한 기업의 거래 측면보다는 산업, 비즈니스에 더 주목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오너십과 창립자 마인드로 각 기업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동성 확보에 대한 수요에는 어떻게 대응하나.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개방형(open-end·중도 환매 청구가 가능한 구조) 펀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약 430억달러다. 한국 기관투자자들에게 익숙한 폐쇄형(closed-end·중도 환매 청구가 불가한 구조) 펀드의 경우 투자심의위원회 승인부터 실제 자산에 자본이 투입되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중도 환매도 불가능하다. 개방형 펀드는 자본 투입이 빠르고 엑시트가 유연하며, 고객의 순자산가치(NAV) 타겟에 따라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고, 폐쇄형 펀드 대비 더 작은 금액으로도 약정이 가능하다.

▶한국 기관투자자들은 아직 대부분 폐쇄형 펀드를 선호하는데, 이러한 추세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개방형 펀드는 중도환매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자금을 확보해야 하므로 통상 폐쇄형 펀드 대비 수익률이 약간 낮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와 투자기간의 유연성, 맞춤형 솔루션 구축에 유리한 개방형 펀드를 점차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 투자자들도 폐쇄형 펀드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일부 비중은 개방형 펀드 투자를 통해 유동성 필요시 즉각 대응 가능한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투자자들의 맞춤형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커질수록 투자업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상당 수의 자산운용사가 통폐합될 것이다. 사모시장에서 활동하는 약 1만1,000개의 자산운용사 중 다수는 강력한 차별성이 없고, 투자자들을 위한 개별 솔루션 구축보다는 금융상품 판매에 집중한다. 사모시장에서 조달되는 자금의 절반이 30개 미만의 회사에 쏠려 있다.

미국과 호주의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주는 소수의 운용사들에 집중해 자산관리 운용사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최소 수십 개의 자산운용사를 고용하는 한국의 대형 투자자들도 이런 변화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해 본다. 1980년대 미국에서 승승장구했던 증권 중개인들이 1990년대에 소수의 대형 증권사들로 대체된 것과 비슷하다.

▶투자 철학을 묻고 싶다. 파트너스그룹의 경영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투자는 팀 스포츠다. 고유한 차별성을 장기간 이어가려면 활발하게 협력하고 관점을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직원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도록 도모한다. 우리가 처음 뿌리내린 스위스의 정치 체제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

또한 포트폴리오 회사의 밸류 확장을 가장 중시한다. 미국 본사 건물은 특이하게 벽돌, 강철, 돌로 만들어져 공장을 연상시키는데, 기업들의 산업적 측면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기업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 매수·매도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지현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에디터 sno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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